[이선민의 독도이야기]
[15] 다시 거세지는 일본의 독도 도발
1965년 한일협정 체결 이후 일본은 한동안 독도와 관련한 도발을 자제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하고 한국에서 쫓겨간 뒤 20년 만에 미국의 종용에 따라 양국이 우여곡절 끝에 국교를 재개한 상황에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일본이 파악하는 국제정세와 외교지침을 담은 외교청서(靑書) 1971년 판(版)에 “한국의 다케시마 불법 점거에 대해 항의했다”는 구절이 들어갔다. 그 이전에 간행된 외교청서에는 “다케시마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할 것을 제의했으나 한국 측이 거부했다.” “양국 간 분쟁(다케시마 포함)은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먼저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하고 이것에 의해 해결할 수 없는 경우는 조정에 의해 해결한다.”는 구절이 있었지만 ‘불법 점거’라는 표현은 처음이었다. 이후 일본 외교청서는 계속 ‘한국의 독도 불법 점거’를 강조했다. 그러다가 1990년 판부터 “다케시마는 법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일본의 고유영토”라고 표현을 바꾸어 오늘에 이른다. 아베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한국의 불법 점거’라는 표현을 다시 넣어서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을 이중으로 강조하고 있다.
일본의 안보전략을 담은 방위백서(白書)도 1978년 판에 ‘북방영토 및 다케시마 문제’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했다. 이후 20년 동안 독도에 관한 기술이 없다가 1997년 판부터 다시 ‘북방영토와 다케시마 등의 여러 문제’라는 표현이 매년 들어갔다. 그리고 2005년 판에는 ‘우리나라 고유영토인 북방영토와 다케시마의 영토 문제’라고 해서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표현이 추가되었다.
2005년 판 방위백서의 이 같은 변화는 이 해에 일본 시마네 현(縣)이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는 등 독도 영유권에 관한 일본의 공세가 강화된 것과 흐름을 같이 한다. 시마네 현 의회는 2005년 3월 매년 2월 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정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일본이 꼭 100년 전인 1905년 2월 22일 독도를 일방적으로 시마네 현에 편입시킨 사실을 기념하는 것이었다. 조례는 제1조에 “현민(縣民), 시정촌(市町村) 및 현(縣)이 일체가 돼 다케시마의 영토권 조기 확립을 목표로 하는 운동을 추진, 다케시마 문제에 대한 국민 여론을 계발하기 위해 ‘다케시마의 날’을 정한다”고 밝혔다.
이 취지에서 알 수 있듯이 ‘다케시마의 날’ 제정은 독도 문제가 일본이 러시아와 영토 분쟁 중인 북방영토(쿠릴열도의 남쪽 4개 섬)와 달리 일본 국민의 관심이 높지 않다는 데서 시작됐다. 1981년 일본 정부가 매년 2월 7일을 ‘북방영토의 날’로 지정하자 1980년대 후반부터 일본 의회에서 ‘다케시마의 날’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독도 강제편입 100주년을 앞두고 독도를 되찾기 위해서는 상징적인 기념일을 만들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급물살을 탔다.
매년 2월 22일 시마네 현민회관에서 현(縣) 지사(知事)와 의원, 공무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는 단순한 지역행사가 아니다. 도쿄에서도 ‘일본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의원연맹(영토의련)’ 소속의 국회의원이 내려오고, 전국 각지에서 우익인사가 모여든다. 일본 정부도 2013년부터 매년 외무성의 차관급 정무관을 참석시키는 등 사실상 국가적인 규모의 행사로 치러지고 있다. 2012년 4월에는 일본 국회 옆에 있는 헌정기념관에서 ‘다케시마·북방영토 반환요구 운동 시마네 현민회의’가 열렸다. 도쿄 한복판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해 독도 문제를 일본 전역에 알리겠다는 취지를 내건 이 행사는 이후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런 분위기에 고무돼 일본 의회에서는 ‘다케시마의 날’을 ‘북방영토의 날’처럼 전국적인 기념일로 승격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다케시마의 날’ 조례는 제3조에 “현(縣)은 ‘다케시마의 날’의 취지에 어울리는 대책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이 규정에 따라 만들어진 대표적인 조직이 다케시마문제연구회이다. 시마네 현이 운영에 개입하는 이 조직은 독도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보고서 작성과 언론 활동 등을 통해 일본의 독도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케시마문제연구회는 ‘다케시마의 날’이 제정된 직후인 2005년 6월 출범했다. 한국에서 10년 넘게 일본어 강사 등으로 활동했던 우익인사 시모조 마사오가 좌장을 맡고 교수, 교사, 공무원 등 10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여러 차례의 연구발표회를 통해 독도 문제에 관한 주요 논점을 정리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2007년 3월 활동을 종료했다.
다케시마문제연구회의 해산을 앞두고 그 활동 성과와 관련 자료를 보관하는 상설 조직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2007년 7월 시마네 현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Web 다케시마문제연구소’가 개설됐다. 다케시마문제연구회가 민간 조직의 외형을 가졌던 것과 달리 ‘Web 다케시마문제연구소’는 시마네 현 총무부에 사무국을 두어 관변 조직의 성격을 지녔다. ‘Web 다케시마문제연구소’는 이후 독도 문제에 관한 시마네 현의 주장을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다케시마문제연구회의 활동이 성과가 있었다고 판단한 시마네 현은 2009년 10월 제2기 다케시마문제연구회를 설립했다. 좌장은 역시 시모조 마사오가 맡았고, 1기 때의 위원 10명 가운데 8명이 다시 참가했다. 새로 참가한 7명 중 3명이 초·중등학교 교사가 위촉되는 등 전체 15명 중 7명이 교사로 구성됐다. 이들은 학생에 대한 교육과 교과서 문제에 중점을 두고 2012년 3월까지 활동했다.
이어 바로 2012년 10월 제3기 다케시마문제연구회가 활동을 개시했다. 처음부터 참가했던 시모조 마사오 외에 국제법 전문가인 츠카모토 다카시가 합류하는 등 인력을 보강했다. 이들은 2014년 2월 독도 문제에 관한 일본 측 입장을 총정리한 『다케시마문제100문100답』을 간행하는 등 2015년 6월까지 활동했다. 그리고 2017년 6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제4기 다케시마문제연구회가 활동했다.
다케시마문제연구회는 제2기부터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가르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제2기 연구회는 지리·공민·세계사 과목에 대한 학습지도안을 작성했고, 제3기 연구회는 일본사 학습지도안을 만들었다. 이들이 제시하는 학습지도안은 시마네 현의 독도 관련 교육에 활용될 뿐만 아니라 일본 내 다른 지역의 독도 관련 교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독도 문제는 일본의 교과서에도 실려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일본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이 처음 기술돼 논란을 일으킨 것은 2002년 검정을 통과한 명성사의 고등학교 일본사 교과서였다. 이 교과서는 “시마네 현의 독도는 한국에 의해 불법 점거되고 있다”고 썼다. 이어 ‘다케시마의 날’이 제정되던 2005년 중학교 공민 교과서 가운데 후쇼사와 도쿄서적 검정본이 독도를 일본의 고유영토로 기술했다.
2008년부터는 일본 정부가 직접 교과서의 독도 관련 기술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 해 개정된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은 “우리나라와 한국 사이에 다케시마(竹島)에 대한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취급, 북방영토와 동일하게 우리나라의 영토·영역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썼다. 이어 2009년 개정된 ‘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은 “중학교에서의 학습을 토대로 영토 문제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2014년 다시 개정된 중학교·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은 독도 문제에 대해 한층 강화된 내용을 담았다. “다케시마는 우리나라의 고유 영토이나 한국에 의해 불법 점거되고 있고, 한국에 대해 여러 차례에 걸쳐 항의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정확하게 다룰 것” “우리나라가 국제법상 정당한 근거에 기반하여 다케시마를 정식으로 영토에 편입한 경위도 언급할 것” 등이었다. 이 ‘학습지도요령 해설’에 따라 검정받은 2016년 이후 일본 교과서는 독도 관련 기술의 분량이 늘어나고 서술 내용도 강화됐다.
독도 영유권 주장과 관련한 일본의 이런 움직임은 이 문제가 하루 이틀에 끝날 사안이 아니라고 보고 장기전 태세에 들어간 것을 의미한다. 우리도 일본의 독도 도발에 사안별로 대응하는 것과 함께 긴 호흡으로 차분하게 장기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August 16, 2020 at 09: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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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이야기] 독도를 일본의 국민 관심사로 부상시킨 ‘다케시마의 날’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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