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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문제는 우리 스스로” 선언할 지도자 없나 - 한겨레

[책&생각] 전성원의 길 위의 독서
피벗: 미국 아시아 전략의 미래
커트 캠벨 지음, 이재현 옮김/아산정책연구원(2020) 지난 미국 대선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내 주변 지식인들 중 상당수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복잡한 심경의 일단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았다. 미국이 막말 정치, 막무가내 외교를 구사하던 트럼프를 퇴진시킨 것은 미국 국민은 물론 세계인을 위해 축하할 일이지만, 북핵 문제를 둘러싼 위기의 극적인 타결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이 아시아와 한반도 특히 우리에게도 축하할 일인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이다. 바이든과 트럼프 두 사람은 성장 배경, 출신 정당, 개인적 성향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르지만, 패권 유지 및 경쟁의 차원에서 보면 ‘중국 때리기(압박과 견제)’를 통해, ‘아메리카 퍼스트’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슬로건은 자연스럽게 오바마 시절의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를 떠올리게 만든다. 바이든은 국가안보회의(NSC)에 인도태평양조정관이란 직책을 신설하고, 그 자리에 오바마 시절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설계하고 주창했던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커트 캠벨을 임명했다. 캠벨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오바마 정부 시절 대북정책에 깊이 관여한 바 있는데,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과 북미협상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캠벨이 2016년에 펴낸 <피벗: 미국 아시아 전략의 미래>가 지난 2020년 한국에서 번역되었다. 그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오바마는 물론 트럼프 정부 역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인도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려고 시도해왔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캠벨은 제2차 세계대전 이래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항상 우선순위에 놓였던 유럽과 중동이 아니라 후순위로 밀려나 있던 아시아를 중심적인 위치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세계의 미래가 아시아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에둘러 표현한 것을 다시 구체적으로 말해보면, 미국의 미래는 아시아에서 중국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에 달렸으며, 이를 위해 미국의 최고 정책 결정권자는 보다 유연한 전략과 충분한 관심, 그리고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를 통해 바이든 정부의 아시아 정책을 엿볼 수 있는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은 역내 국가들이 합법적이라고 인정하는 질서(현상)를 유지하고, 중국의 도전에 대처하는 동맹과 협력자의 연대 강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이와 같은 동맹국 간의 연대 강화 방식이 모든 이해 사안에 대한 일괄타결 방식의 거대연합(동맹)의 결성보다는 개별 문제에 초점을 맞춘 맞춤형 외교 전략이다. 미국의 외교 전략이 변화하는 시점에서 우리가 미국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서구 근대 침탈을 경험한 아시아는 외부의 변화에 둔감한 결과, 근대에 뒤처졌고 식민 지배 경험을 했거나 반식민지 상태로 전락했다는 역사적 강박이 있다. 우리의 몸과 정신이 휴전선이라는 냉전적 사고에 갇혀 있으면 남북 관계의 해법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우리의 운명이 외부의 세력 변화에 따른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면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고 결정하는 힘을 항상 외부에서 찾게 된다. 새로운 대권 주자들이 속속 출마를 선언하는 마당에 한반도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해갈 테니 그 방식을 우리에게 맡겨달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후보를 만나고 싶다. <황해문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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