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학생은 문제 푸는 로봇, 수학 흥미 떨어뜨리면서 수포자 병자 취급하는 사회 - 동아사이언스

최우성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 장학사·수학 교사

수학을 잘하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모르거나 노력한 만큼 수학 실력이 오르지 않아 고민인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봅니다. 얼마 전《수포자도 수학 1등급 받을 수 있어》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제목만 봐도 자신감이 샘솟는 느낌인 이 책의 저자 최우성 장학사를 직접 만나고 왔습니다.

“저는 중3 때까지 수포자였습니다.”

10월 5일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에서 만난 최 장학사는 기자를 만나자 이같이 말했습니다. 21년차 수학 교사이자, 장학사로 활동하는 수학교육 전문가가 ‘수포자’ 였다니 다소 충격적인 고백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 수포자를 병자 취급하는 이상한 사회

최 장학사도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수학 시간이 가장 괴로웠다고합니다. "수업 때 선생님이 칠판 문제를 풀 학생을 찾는데, 제발 내 번호를 안 불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체벌을 받기도 했거든요."

최 장학사의 인생이 바뀐 순간은 고등학교 1학년 때입니다. 수학 담당인 담임선생님이 수학을 재밌게 가르쳐 주셨고, 질문을 계속해도 늘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해 중학교 수학을 다시 공부했고, 성적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감이 생기자 수학 공부에 대한 열정이 생기더라고요. 덕분에 수학교육과로 진학해 수학 교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최 장학사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는 58개국 가운데 2~3위를 차지할 정도로 최상위입니다. 하지만 수학 흥미도는 국제 평균보다 훨씬 낮습니다. 수학에 흥미가 있는 학생은 전체 40%로, 국제 평균인 59%에 미치지 못합니다. 수학을 잘하지만 억지로 공부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최 장학사는 더 큰 문제는 수포자에 대한 사회 인식이라고 말합니다. "사회가 ‘수포자’를 하나의 질병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그 기준이 오로지 ‘수학 시험 점수’입니다. 수학 학원의 이름에 병을 치료한다는 뜻의 ‘클리닉’을 사용하면서, 수포자들이 불치병에 걸린 것처럼 몰아세우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 수학 수업이 더 재밌어야

어떻게 수포자를 줄일 수 있을까.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수학 교사들이 교육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현재 수학 수업은 문제를 푸는 데 집중돼 있습니다. 학생들은 수학 문제를 푸는 로봇이 된 것 같습니다. 교사들이 나서서 학생들에게 수학이 재밌고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합니다."

최 장학사는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문제들을 활용해 수학 개념을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일례로 ‘편의점에서 생수를 살 때 한 병 더 받는 게 유리할지, 아니면 할인을 받는 게 유리할지’는 중학교 1학년 단원인 문자와 식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또 ‘치댈수록 면발이 늘어나는 수타 자장면’을 통해 지수법칙을, ‘맨홀 뚜껑 모양’으로 원의 성질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따금 꼭 외워야 하는 공식은 멜로디를 입혀 랩으로 하는 것도 공부방법이라고 합니다. 덕분에 최 장학사의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은 수학은 물론 다른 과목 성적도 올랐다고 합니다.

“수학을 공부하는 것은 꼭 수학자가 되거나 수학 전공자가 되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수학 공부로 자신감을 얻은 학생들은 다른 과목의 성취도도 높았습니다. 또 그 자신감으로 자신의 꿈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운동만 하던 야구부 선수 출신 제자는 대학에 진학했고, 유튜버로 활약하는 제자도 있습니다.”

이어 최 장학사는 현재 수학 교사들이 이런 수업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도를 나가기에도 시간이 부족해 학생들이 흥미를 일으키게 수학을 가르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 수학능력평가에서 외국어 영역이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수리 영역의 문제가 너무 까다로워졌습니다. 학생들은 고난이도의 문제를 풀기 위해 더욱 문제 푸는 기계가 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