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문가들은 산업, 노동, 복지, 재정 분야를 아우르는 '경제 사회 패키지 딜'을 국가 전반에 내재된 문제 해결의 유일한 대안으로 꼽는다. 패키지 딜의 정책적 실현을 위해 정치 체계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역대 정권 모두 불평등·생산성 문제 해결 미뤘다"머니투데이는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와 함께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본사 대회의실에서 '경제사회 시스템 대전환을 위한 패키지 딜' 좌담회를 열었다.이날 좌담회에선 근시안적 사고에 갇힌 땜질식 처방을 되풀이 한다면 과거 정책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부터 제기됐다.
김도현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 소장은 "잠재성장률 하락이 관측되기 시작한 건 20년도 넘은 얘기"라며 "그럼에도 생산성 중심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이유는 (역대 정권)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 미뤘거나 비겁하게 거짓말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금, 정년, 교육 제도 등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욕을 먹을까봐 뒤로 미루면서 마치 해결할 것처럼 하는 행태가 역대 정권 모두에서 있었다"며 "비정규직 저임금 구조가 강화되니 출산 포기로 합리적 대응을 하는 것인데 이를 보면서도 여전히 대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문재인 정권의 경우 정책 목표와 수단 모두에서 결점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쟁을 경제정책 3대 기조로 내세웠다.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은 임기 내내 효과와 부작용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고, 부동산과 일자리 정책은 전문가들로부터 낙제점 평가를 받았다.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개혁 의지가 부족한 면도 보였고 이뤄질 수 없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고 했다"며 "길게 보면 성장과 분배가 같이 갈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같이 간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장이 되면 분배가 잘 해결될 것이라는 사고인데 우리나라 현실을 보면 분배가 잘 된다고 성장이 10년 내에 잘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며 "소득주도성장은 양립되기 쉽지 않은 두 목표(성장, 분배)를 동시에 제시한 것이고 그 안에서 혼동이 일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 |
4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에서 열린 머니투데이-공공정책전략연구소 공동 좌담회. 왼쪽부터 원승연 명지대 교수, 홍경준 성균관대 교수,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 김도현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 소장, 채이배 어젠다 K-2022 위원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 |
김도현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 소장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에서 열린 머니투데이-공공정책전략연구소 공동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홍경준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불평등 완화와 시장 경제의 투명성을 동시에 추진하려면 패키지로 해야 한다. 혁신, 복지, 고용 등 정책 하나하나가 큰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경제사회 패키지에 덧붙여 인적 투자를 병합한 융합 정책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원 교수 역시 "혁신과 경쟁 요소의 문제는 승자와 패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패자로 계속 있으면 불평등 문제가 악화해 성장을 갉아 먹는다"며 "이들의 자녀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해 사회 전체적인 인적자본을 낮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게 패키지 딜이다. 승자와 패자의 존재를 솔직히 인정하고 패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며 "패키지 딜을 국민들에 대한 솔직한 고백으로 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패키지 딜 도출과 실행을 위해선 무엇보다 정치권의 노력이 중요하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선거가 끝난 뒤 여야 간 정책 패키지를 놓고 타협해야 한다"며 "차기 정부에서 미룰 수 없는 과제들이기 때문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과 동시에 경제·사회 패키지 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야와 대표 이해집단, 학자들이 들어온 국민적 대타협 위원회를 만들어 정부 출범과 동시에 패키지 딜을 도출하는 게 필요하다"며 "대선주자 모두에게 주문해야 할 내용이다. 합의 실패가 정책 실패 문제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이라고 본다"고 했다.
![]() |
원승연 명지대 교수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에서 열린 머니투데이-공공정책전략연구소 공동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 |
김도현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 소장은 정부가 기술 및 인력 관련 연구에 지원을 하되 민간에게 주도적 역할을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예를 들어 항공 분야는 예전부터 정부가 장기적으로 투자해야만 성공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며 "그런데 지금은 현대차, 한화 등 민간 기업에서 열심히 연구를 하면서 민간 영역이 됐다. 이제는 이런 분야의 연구도 공공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로 넘어가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매우 아쉬운 게 정부는 그동안 대학 연구·개발에 있어서도 대학이 점차 수동적 주체가 되는 방식으로 예산을 지원해왔다"며 ""획일화된 평가와 특정 사업 지원에 의해 지원을 주고, 특정 사업을 해야만 주고, 이런 것에서 벗어나 연구 인원을 기준으로 예산을 주는 등 대학에게 상당한 자율성을 준 뒤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혁신'에 대한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교수는 "우리는 혁신이라고 하면 너무 거대 담론만 이야기를 하는데, 실제 중요한 것은 작지만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미국은 세계 경제를 변화시키고 경제를 움직일 수 있는 거대한 기술 개발을 혁신이라고 본다. 반면 독일은 거대한 기술은 직접 주도하기 쉽지 않다고 보고 대신 제조업에 IT 기술 등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혁신의 주안점을 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도 대기업이 하는 큰 혁신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혁신을 바로 따라갈 수 있는 혁신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즉 중소기업의 혁신이 가장 핵심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시간이 걸리는 큰 기술 혁신에 초점을 맞춰 자금을 지원하기보단 생산 과정에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작은 혁신들에 집중적으로 지원해 빠른 성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제조업 중소기업 1인당 부가가치가 대기업의 25%에 불과한 상황에서 중소기업 혁신 없이는 한국경제의 혁신을 이루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즉 "중소기업에 대한 과다한 자금지원을 축소하는 대신 기술 발전의 결과가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혁신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경제 전체적으로 혁신이 전파되어 성장잠재력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이배 전 국회의원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채 전 의원은 "정부의 모태펀드의 역할의 변화와 엑셀러레이터 지원, 육성방안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혁신이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는 공정한 경제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자리정책 '구조조정+재취업' 패키지로 가야…"현금보단 시간 주는 복지"![]() |
![]() |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이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단기 일자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방만한 일자리 정책에서 벗어나 차기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역대 정부가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는 개혁하지 않고 재정에 기댄 미봉책 일자리 유지에 그쳤다는 것이다.
그는 고용유지에 집중해온 이번 정부의 정책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최 전 원장은 "국내 대기업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굉장히 빠르게 성장한 반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들은 아직도 당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현 정부도 지원금 등으로 고용유지에만 신경을 쓰면서 방치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의 일자리가 불안정한 이유는 낮은 생산성에 있고, 결국 생산성을 높이지 않고서는 일자리를 안정시킬 수 없다"며 "최저임금 등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저생산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 및 자영업의 구조조정과 일자리를 잃는이들의 사회안전망 강화와 근로자들의 재취업 패키지딜을 제안했다. 최 전 원장은 "중소기업에도 최소한의 임금 문턱을 설정해주고 이 수준의 임금을 감당할 수 없는 기업에는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들의 실업급여 확대교육훈련과 재취업을 돕는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펼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과감한 구조조정 없이 일자리가 안정되긴 어렵다"며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지만 과연 누가 처음 칼을 빼내들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 |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이 4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에서 열린 머니투데이-공공정책전략연구소 공동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최 전 원장은 특히 국내 돌봄노동 분야에서 대량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했다. 정부가 돌봄 노동 사회화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 이 분야에서 적정임금과 고용안정이 보장된 수준의 일자리가 대량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노무현 정부 이후 지난 15년여 간 200만명 이상 가장 크게 고용증가가 이뤄진 분야가 돌봄노동이다. 다만 국내 돌봄노동은 민간위탁 중심으로 서비스가 이뤄지면서 공급기관이 난립했고 이로 인해 가격경쟁과 고용불안, 서비스의 질적 저하라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이에 최 전 원장은 돌봄노동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일이 차기 정부의 과제라고 봤다. 그는 "돌봄노동 시장이 취준생이나 경단녀 등으로부터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며 "현재 2% 수준에 불과한 정부 직영 사회서비스 비중을 어린이집처럼 20~30% 까지 늘리고, 교육훈련과 경력관리를 체계화해 전문직 노동시장으로 키워야 한다"고 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나 플랫폼 노동의 사각지대도 주요한 과제로 꼽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용자 의무에 방점을 두기보다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체계를 중심으로 법률을 구성하는 '일하는 사람의 보호에 관한 법'(가칭) 등을 제정해 인권이나 개인정보, 안전, 근로조건 등을 보장하는 고용안전망을 갖추자는 견해도 소개됐다.
또 노동시장의 공정성과 관련해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원칙보다 상위 원칙이라고 보고 임금체계 개혁을 이뤄나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 |
홍경준 성균관대 교수가 4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에서 열린 머니투데이-공공정책전략연구소 공동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홍 교수는 이날 "현금 지급만으로 복지가 해결된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의무의 수행에서 나오는 자존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의무와 권리의 결합에 기초한 사회보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보험방식으로 5년~10년 일한 사람에게 한 차례 정도 안식년과 같은 휴가를 주고 필요한 비용을 지급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만 18~64세 근로연령기간 중 평생교육이나 돌봄 활동을 위해 최대 48개월 월 100만원의 급여를 지급해 이 기간 소득의 감소라는 사회위험을 보완하는 방안이다.
그는 "이제는 자녀를 돌보거나 부모를 돌보는 과업, 이직이나 전직을 위한 교육훈련이 중요한 이슈가 됐다"며 "결국 이런 시기에 있는 사람들에겐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일회성 소비진작에 그치는 현금 지원보단 사회보험으로 유지되는 유급휴가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보험으로 지원되는 유급휴가의 경우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선별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모든 국민에게 지급되는 기본소득 방식의 복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재정부담도 적다"는 점도 강조했다.
결국 우리나라의 생활보장체제에서 발생한 광범위한 복지 사각지대 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이와 같은 지원이 도입된 국민소득보장제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소득보장제는 국민생활보험과 국민생활지원제도를 연계한 소득보장체계를 일컫는다. 국민생활보험을 통해 은퇴나 재해, 실직 등에 따라 소득이 상실될 경우에 대비해 사각지대가 없는 전국민 사회보험으로 강화하고, 국민생활지원제도를 활용해 모든 국민을 위한 의료와 주거, 교육급여 중심 소득보장체계로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국민소득보장제의 실행을 위한 복지-조세 통합 인프라 체계의 구축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을 언급하면서 "소득하위 88% 지급은 선별이냐, 보편이냐"며 "소득보장 급여에 대해 연금소득처럼 과세하면 보편이냐, 선별이냐의 소모적 논쟁을 벗어나서 분별 있는 복지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실시간 소득파악시스템(RTI)에 기반한 국세청의 조세 인프라가 확충되고, 사회보험료의 징수 역시 현재처럼 직장 중심에서 개인의 소득 중심으로 바꿔 국세청이 맡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좌담회 참석자 주요 이력*김도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장: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한국벤처창업학회 회장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및 회계 담당 부원장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교보악사자산운용 상무, CIO
*채이배 공공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제20대 국회의원 △바른미래당 원내부대표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장
*홍경준 성균관대 사회복지학 교수: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 회장 △성균관대 사회복지대학원 원장
기사 및 더 읽기 ( "역대 정부 불평등·생산성 문제 미뤄"…"현금지급만으로 복지해결 안돼" - 머니투데이 )https://ift.tt/3Crqxh7
문제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역대 정부 불평등·생산성 문제 미뤄"…"현금지급만으로 복지해결 안돼" - 머니투데이"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