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기 대한전공의협의장 선거 막이 올랐다.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여한솔 전공의에 이어 건양대병원 비뇨의학과 주예찬 전공의도 출사표를 던지면서 이번 선거는 2파전으로 진행된다. 승자는 오는 13일 결정된다.
그러나 차기 회장의 앞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고질적인 수련 환경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더 악화됐다. 지난해 전공의 단체 행동 이후에도 의대 정원 확대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병원 내 폭력 문제도 여전하다.
청년의사는 대전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두 후보를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한 시각과 그들이 그리는 전공의의 미래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는 기호 순으로 게재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1년 반을 넘기면서 전공의들의 시름도 깊어졌다. 수련 기회도 내려 놓고 방역 일선에서, 치료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지만 이들의 무거운 어깨를 받칠 지지대가 없다. 지난해 여름 길거리 가득 울려퍼진 전공의들의 외침엔 메아리가 들려오지 않는다.
25기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선거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뭐가 달라지겠느냐'는 냉소와 '아무리 해도 안 될 거 같다. 너무 힘들다'는 한숨에 "아니다. 바로 지금이다. 다시 한 번 앞으로 나아가자"고 했다.
기호 1번 주예찬 후보는 지난 7월 31일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번 선거에 나섰다고 했다.
주 후보는 전공의들을 얽어맨 불합리한 사슬을 끊기 위해선 결국 단단히 뿌리박힌 근원부터 파헤쳐야 한다고 했다. 수련환경 개선, 공공의대 설치, 진료보조인력(PA) 불법 의료행위 논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방어적인 대안 제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지 못한 채로 내놓는 대안은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는 게 주 후보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주 후보는 강한 추진력과 함께 싸울 땐 싸우고 의견을 모을 때 모으는 유연함으로 '스마트하게' 대전협을 이끌겠다고 했다. 회원 참여와 활발한 소통을 위해 집행부와 회원 간 직통 라인 설치도 구상하고 있다.
주 후보는 건양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건양대병원 비뇨의학과 전공의 2년차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전공의 단체행동 당시 대전협 23기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로 활동했고 현 집행부 구성을 함께했다. 현재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무홍보분과위원회와 제8기 운영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다.

-25기 대전협 회장 선거에 출마를 결심한 계기는?
지난해 전공의 1년차로 막 발을 뗐는데 코로나19 시국을 맞으면서 수련 환경의 어려움이 더 깊게 다가왔다. 지난해 단체행동 당시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로 활동했고 현 집행부 구성 초반을 함께 했었다. 그 후 의협 대의원회에서 대의원 활동을 하면서 사회와 의료계 전반에 걸친 문제와 이를 해결하려는 큰 흐름에 눈 뜨는 계기가 됐다. 지난 1년 간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나의 속도와 나의 방향성으로 전공의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렇다면 더 미룰 수 없겠다 싶어 출마를 결심했다.
-이번 선거에서 자신의 강점을 꼽는다면.
선거 캐치프래이즈인 ‘스마트한 대전협’의 스마트함 자체가 저의 강점이다. 사람마다 스마트함에 대한 정의가 다를텐데 저는 어떤 상황이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추진력, 그 와중에 중심을 잃지 않는 균형감각이라 말하고 싶다. 어떤 강점이든 결국 종이 한 장 차이로 약점이 된다. 순발력을 뒤집으면 그저 상황을 모면하고자 하는 비겁함이 될 수 있고 추진력이 지나치면 그 하나에 매몰돼 시야가 좁아진다. 항상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 나아가는 이 스마트함이 의미 있는 진보를 이룰 것이라고 본다.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은 매 선거마다 화두에 오르는 사안이다. 앞으로 이런 문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디서부터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보나.
수련 환경 개선은 전공의 사회 내부의 닫힌 문제가 아니라 결국 의료계 전반에 걸친 문제들과 이어져 있다. 이렇게 수련 환경을 얽어매는 사슬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과정 속에서 수련 환경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먼저 수련 환경이 왜 나빠졌는지 정확한 진단부터 내려야 한다. 전공의 급여 문제, UA(Unlicensed Assistant) 문제도 크다. 더 근본적으로 파고들면 의사면허관리 문제와 수가 문제가 나온다. 특히 수가는 모든 문제의 핵심이다. 돈은 의료의 영역을 떠나 민주주의 사회,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 가치기도 하다. 이걸 먼저 해결하지 않으면 진정한 원인 해결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그럼 의료의 지속가능성은 점점 떨어질 것이다.
- 최근 서울대병원이 PA제도 양성화를 언급하면서 논란이 됐다. PA 문제,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가.
PA제도도 결국 지금까지 누적된 문제를 막아보려고 나온 대안 중 하나다. 근데 지금 의료계 상황은 대안에 대안을 거듭할수록 현실은 더 왜곡되고 문제는 더 심각해지는 형편이다. PA가 불법이라는 건 보건복지부든 대형병원이든 의료계 모두 알고는 있다. 그런데 섣불리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그럼 결국 현실과 타협할 것인지 아니면 발본색원을 해서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 여론을 모으고 협의해야 한다.
-수술실 CCTV 설치를 둘러싼 논란도 첨예하다. 현 집행부는 CCTV 대신 블랙박스 설치를 제안하기도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말이 나오는 것은 그 만큼 의료계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말이다. 대전협에서 제시한 블랙박스도 대안은 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대안책을 냈다는 것 자체가 의료계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을 시인하는 그림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정부가 여론을 등에 업고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걸 방어하려고 의료계에서는 계속 대안을 제시하지만 결과적으로 점점 후퇴하는 양상으로 갔다. 의료계에서도 CCTV 설치가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할 것이라는 여론을 형성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전공의에 대한 폭력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선배 의사는 물론 최근 지도교수의 폭력사건까지 일어났다.
폭력과 갑질은 비단 의료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급속한 경제 발전 속에서 성숙한 시민 의식은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게 의료계 내부에서도 발현됐다. 그러나 의국은 교수와 제자인 전공의들의 상호작용으로 이뤄진다. 단순히 폭력 사태가 일어났다며 교수를 질타하는 것이야 말로 전공의와 교수의 관계를 찢어버린다. 한 쪽이 무너지면 다른 한 쪽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 안에서 실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전반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현재 미디어나 주류 언론에서 너무 한 쪽면만 집중 조명하고 있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실제 폭력이 벌어졌다면 이에 응당한 규제가 이어져야 한다. 폭력을 행사한 교수를 정직 처분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기게 할 수도 있다. 다만 ‘누가 내게 나쁜 짓을 했으니 복수하겠다’ 이런 규제 일변도로 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악을 악으로, 사람이 사람을 짓누르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전공의들이 주도한 파업으로 의대 정원 확대 논의는 멈춘 상태다. 하지만 공공의대 신설 얘기는 꾸준히 나오고 있고 의대 신설을 추진하는 지자체와 대학도 많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공공의대 문제는 정말 의료계 마지노선이나 마찬가지다. 다시 이 문제가 불거진다면 싸워야 한다. 그런데 여태껏 우리가 싸우는 방법에서 약했다. 조직력이 부족했고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에 비해 수단이 부족했다.
정부 쪽에서는 항상 민주적 방식을 내세우면서 공청회를 열고 여론을 일으키려 한다. 이게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란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 쪽에서도 공청회를 열고 우리 의견을 여론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회원들과 소통, 참여 독려도 주요 화두 중 하나다. 소통 활성화 방안이 있다면?
집행부와 회원 간 직통 ‘핫라인’을 개설할 생각이다. 보통 소통 활성화 방안으로 카카오톡이나 SNS 창구 확대를 많이 꼽는다. 현 집행부에서도 시도했다. 단체 채팅방 참여하고 SNS에 글 올리는 게 간단해보여도 실제론 공이 많이 드는 행위다. 먼저 ‘전화 한 통’으로 의견을 받고 그 다음 단계로 단체 채팅방 등을 개설해 토의하고 컨센서스를 형성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현 사무국 직원도 1~2명 더 둘 계획도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전국 모든 전공의를 보듬는 단체, 발전적이고 실질적인 힘을 갖춘 강한 단체로 거듭나겠다. 특히 지난 단체 행동 이후 그 앙금을 어떻게 풀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상처 입었고 저 역시 아직 그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이 수많은 상처를 보듬고 치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대전협을 만들고 싶다.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기꺼이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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