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봄 지자체 이관’ 부정적 66%
현재 공교육 체계 신뢰감 높아
“지자체 시설, 멀고 갈 곳도 적어”
“초등돌봄교실을 둘러싸고 여러 의견들이 많은데, 정작 돌봄서비스 이용자인 학부모들은 생계와 돌봄에 지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지난 12일 서울 관악구 행복마을마더센터에 ‘학부모네트워크’ 활동을 하는 학부모 6명이 모였다. 학부모네트워크는 지난 9월 인천에서 끼니를 해결하려다 화재를 당한 형제 사건이 발생하자 아동돌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뜻을 모은 학부모 단체다.
학부모네트워크는 지난달 22~28일 전국 학부모 1005명을 대상으로 초등돌봄서비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최근 돌봄전담사 파업의 원인이 됐던 초등돌봄교실의 지방자치단체 이관 방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학부모들이 원하는 돌봄서비스는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해 학부모 당사자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학부모들은 대체로 지자체 이관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설문 결과 ‘학교와 지자체 간 책임 소재, 아이들 안전 문제, 학교와 연계성 등의 우려로 반대한다’는 응답이 39.9%로 가장 많았다. 파업을 벌인 돌봄전담사들의 주장처럼 ‘지자체가 민간에 위탁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돌봄 민영화가 우려돼 반대한다’는 응답도 25.9%로 뒤를 이었다. 반면 지자체 이관을 환영하는 교사들의 주장처럼 ‘교사들이 교육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 찬성한다’는 의견은 14.7%에 그쳤다.
지역사회 돌봄은 아직 학교 돌봄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생인 두 딸을 키우는 김모씨(47)는 자녀를 서울시가 운영하는 우리동네키움센터에 일주일 정도 보내본 경험이 있다. 해당 센터는 인근 초등학교 2곳에서 아이들 걸음으로 20분 정도 걸리는 위치에 있었다. 가는 도중 큰길을 건너야 했다.
김씨는 “키움센터가 시설은 좋지만,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이 아니라 보통 국가 유휴시설 안에 마련되다 보니 이동이 불편했다”고 말했다.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학교 내 돌봄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는 더 이상 키움센터를 찾지 않게 됐다.
지자체별로 돌봄시설 운영 수준이 제각각이라는 점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박모씨(47)는 “아직은 학교 밖 돌봄 자체가 너무 적어 아이를 보낼 수 있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가 일하는 지역에는 저소득층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아동센터는 여러 개 있지만 누구나 갈 수 있는 키움센터는 개소하지 않았다.
김씨는 “지자체 돌봄은 아직 움트는 시기에 머물러 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면서 “지자체 돌봄이 성과를 어느 정도 거둔 이후라면 생각해볼 여지가 있지만 아직은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경기 구리시에 사는 조모씨(46) 역시 “지자체가 돌봄을 위탁업체로 넘길 경우 실적에 신경 쓰느라 공공성이 담보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지자체 이관을 불안해하는 것은 학교 안 돌봄교실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이유와 맞물린다. 응답자 중 46.8%는 ‘학교라는 공교육 체계 안에 있다는 신뢰감과 안정감’을 첫번째 이유로 꼽았다. ‘담임교사·돌봄전담사의 정보교류, 친구관계 등 학교생활과의 연계성 때문’이라 응답한 비율도 31.8%였다.
학부모들은 돌봄에서 학교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코로나19를 경험한 학부모로서 학교의 기능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교육+돌봄+복지’라고 응답한 비율이 59.5%로 가장 많았다. ‘교육+돌봄’이라 답한 비율도 26.8%에 달했다. ‘교육’만을 택한 비율은 11.8%에 불과했다.
학부모들 “학교 안과 밖 장점 섞은 연계를…
어떤 선생님 와도 표준 수준 돌봄 가능해야”
향후 학교 돌봄교실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기존 돌봄 역할뿐 아니라 각종 방과 후 활동 기능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30%로 가장 높았다. ‘운영시간을 확대해야 한다’와 ‘돌봄교실을 확대해 수용 인원을 늘려야 한다’고 답한 비율도 각각 29%와 25.6%에 달했다.
‘학교 돌봄교실은 축소하고 지자체 돌봄센터를 확대해야 한다’는 답변은 8.3%에 그쳤다.
다만 현행 학교 돌봄은 초등 1~2학년 위주로 운영된다는 한계가 있다. 운영시간 역시 대체로 오후 5시까지여서 직장인 부모의 퇴근시간에 비해 이르다. 학원을 가는 등의 이유로 한번 하교할 경우 재입실도 어렵다.
반면 서울시의 키움센터를 비롯해 일부 지자체 돌봄시설은 초등 3학년 이상 아동에게도 돌봄을 제공하며, 휴일과 야간에도 운영한다. 재입실도 자유롭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장기적으로 학교 안과 밖의 장점을 섞은 ‘연계’를 원했다. 선모씨(43)는 “돌봄서비스는 믿을 만한 사람이 안정적으로 오래 봐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더라”며 “학교에서 초등 1~2학년 돌봄을 했던 아이들이 언젠가는 지역으로 나가야 된다는 점에서 학교 밖 돌봄과 학교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지역사회 돌봄 체계 정비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씨는 “학교 밖 돌봄이 신뢰를 얻으려면 어떤 선생님이 오더라도 표준 수준의 보육과 돌봄이 가능하게끔 해야 한다”면서 “현재 각 부처가 제각기 시행 중인 돌봄 제도를 통합해 누구든지 아이를 데리고 5분, 10분 안에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센터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학교와 돌봄시설, 또는 돌봄시설별로 아이들을 이동시켜주는 셔틀버스가 있다면 마을 돌봄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November 23, 2020 at 04: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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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일이냐’ 묻는 초등돌봄 갈등, 학부모들 “진짜 문제는…”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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