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최근 한국과 미국의 고위 당국자가 워싱턴에서 만나 ‘종전 선언’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 판정이라는 불확실성에 휩싸인 상황입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동안 잠잠하던 한국전쟁 종전 선언을 다시 끄집어 낸 건 한국은 문재인 대통령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유엔총회 화상연설에서 두 차례에 걸쳐 한반도 종전 선언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보장하고, 나아가 세계질서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 선언이라고 믿습니다.”
이어 한국의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달 29일 워싱턴을 방문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종전 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주요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미-한 협의를 마친 비건 부장관은 기자들에게 북한과의 외교적 해법에 관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논의했다며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호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비건 부장관] ”We can not do ourselves, US and ROK, we need DPRK engage…”
이도훈 본부장도 미국과의 논의가 잘 됐다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도훈 본부장] “지금 주어진 상황 속에서 이 상황을 어떻게 관리하고 또 대화를 어떻게 재개를 할 것인가, 그 대화 속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양국의 공동 과제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에 논의했습니다.”
이도훈 본부장과 비건 부장관이 논의했다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이 종전 선언을 포함한 미-북 대화 재개 방안을 논의했을 것이라고, 미 조지 워싱턴대학교 김연호 한국학연구소 부소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김연호 부소장] ”미국과 한국의 고위 관리들이 이 문제를 논의했으니까, 당장 종전 선언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더라도 이 문제를 매개로 해서 북한에 끊어진 대화채널을 복구하자는 메시지는 된다고 봅니다.”
전문가들은 지금 논의되고 있는 종전 선언은 과거의 종전 선언과는 다소 맥락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지금까지의 종전 선언은 ‘비핵화의 입구’로서의 종전 선언이었습니다. 미-북 협상이 잘되면 그 첫 단계로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종전 선언을 먼저하고 이어 비핵화와 제제 완화를 주고 받고, 미-북 수교에 이어 평화협정을 맺는다는 시나리오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 선언은 미-북 관계의 불씨를 살려보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미-북 관계가 장기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전 선언을 매개로 대화를 재개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되살리자는 것입니다.
미국은 종전 선언이 성사되려면 미-북 대화가 재개돼야 하고 북한이 도발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일 이번 미-한 관리들의 협의에서 종전 선언이 어떻게 논의됐느냐는 VOA의 질문에 “우리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의 모든 약속에 대한 균형 잡힌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유연한 접근을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기회의 창이 열려있는 지금 관여에 나서야 하며, 역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도발을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We are willing to take a flexible approach to reach a balanced agreement on all of the Singapore summit commitments. But North Korea must engage now while the window is open and refrain from provocations that destabilize the region.”
종전 선언과 함께 미국과 북한이 어떤 보따리를 주고받을지도 관심사입니다.
북한이 종전 선언을 받아들여 대화 테이블에 나올 경우 미국은 그동안 제안했던 인도주의 지원을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제안했던 ‘동북아시아 방역보건협력체’ 구상에 따라 한국으로부터 방역 지원은 물론 수해복구에 필요한 식량과 물자 지원도 받을 수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미국이 종전 선언에 동의하면 남북관계는 탄력을 받죠. 북한의 의도는 북-미 관계에서 큰 모멘텀을 마련하고 실질적인 이해관계는 남북관계에서 해결하겠다는 것이죠.”
또 이를 계기로 미-북간에는 고위급 정치적 대화가 재개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미국 방문과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과의 고위급 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고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CNI)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 국장] ””If She is now negotiator, in portfolio, and advise her stay Washington…
문제는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종전 선언이 10월 2일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을 만났다는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트위터에 자신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0시 45분 트위터에 직접 올린 글에서 자신의 감염 사실을 알리고 “우리는 격리와 회복 절차를 즉시 시작할 것”이라면서 “함께 극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는 11월 3일 실시되는 대선이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미국 국정은 물론 한반도 정세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백악관이 사실상 제기능을 못한다면 종전 선언과 미-북 대화 재개를 추진해온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에 감염돼 격리된다면 한반도 문제에 신경 쓸 여유는 자연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윌리엄 브라운 교수] ”Indirectly, meaning President Trump, everyone in Washington DC distracting..”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이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 구상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에서 회복되는 동안 관저에 머물면서 업무를 계속할 것이라고 백악관이 밝힌 만큼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미-한 간 공조는 문제없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워싱턴의 원로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두 가지 경우가 모두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래리 닉시 박사]”We have to wait and see, if he comes out 14 days..”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2주 격리 기간을 끝내고 건강하게 국정에 복귀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국정이나 대외 정책에의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74살로 고령인데다 비만까지 겹쳐 코로나 합병증을 앓을 수 있는 ‘고위험군’에 속합니다. 만일 코로나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는 사태로 이어진다면 사태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닉시 박사는 설명했습니다.
다만, 폼페오 국무장관은 2일 예정대로 아시아 순방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오는 4일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몽골과 한국을 방문합니다.
특히 7일 서울을 방문해 강경화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이라는 암초를 만난 한국의 종전 선언 추진 노력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October 02, 2020 at 02: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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