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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발] 김종인의 '재벌 문제' 해법이 궁금하다/ 김영배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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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호영 원내대표, 김 위원장, 김미애 비대위원.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호영 원내대표, 김 위원장, 김미애 비대위원.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지금은 현직에서 물러난 언론계 선배가 지난 4월 총선 직후 페이스북에 ‘김종인론’을 쓴 바 있다. “찬반이나 호불호를 떠나 주목할 만하고, 주목받아야 할 요소를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는 요지의 글이었다.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4월 총선에서 참패했음에도 선거 뒤 당대표 역할로 추대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를 보면서 그때 글이 떠올랐다.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 의제를 앞장서 제기해, 여야 대선 후보급 정치인들이 줄줄이 찬반 뜻을 밝힐 정도로 화제를 일으켰다. 이어 저출생, 교육 불평등 문제 같은 굵은 의제를 내걸고 11일엔 비대위 산하에 경제혁신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켜 어젠다 설정 주도를 예고했다. 의제를 한발 앞서 제기하고 이슈화하는 데서 거대 여당보다 돋보였던 게 ‘보수’ 언론의 편 들기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한국에서 보수라 자청하는 쪽이 그리 탐탁해하지 않는 방향의 정책이었으니 말이다. 김 위원장은 역대 정권에서 여러 차례 해결사로 소환되고 여야를 넘나들며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다섯번이나 지낸, 독특하고 어찌 보면 매우 어지러운 이력임에도 ‘기회주의’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다. 자리를 찾아 움직였다기보다 그때그때 쓰임새를 인정받은 데서 비롯된 행적이기 때문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2013년 10월 <경향신문>에 쓴 글에서 그를 박세일 서울대 교수(2017년 작고)와 함께 우리 사회의 대표적 ‘경세가’로 꼽았다. ‘뜻을 이룰 상황이면 세상에 나아가 경륜을 펼치지만, 그렇지 않으면 물러나 학문에 전력하는 이’를 경세가라 본다 했으니 더없는 찬사였다. 남북관계 경색, 여당 단독의 국회 상임위원장 부분 선출로 빚어진 여야 관계 급랭 탓에 김 위원장 주도로 모처럼 형성되는 듯했던 정책 경쟁의 흐름은 당분간 막히게 생겼다. 코로나19 사태로 민생 경제가 난국인 터에 ‘정책의 시간’이 다시 ‘정쟁의 시간’으로 돌변한 것은 우리 사회에나 김 위원장 모두에게 애석한 일이다. 정책의 시간으로 되돌아갈 때 김 위원장의 입에서 나올 말로 내가 기대하는 것은 ‘재벌’ 문제다. 재벌 이슈는 여전히 시대적 화두일 뿐 아니라 김 위원장의 ‘트레이드마크’이기 때문이다. 그가 재벌 문제와 깊이 얽히는 헌법의 경제민주화 조항(119조 2항)을 입안한 주인공임은 널리 알려진 대로다. 김 위원장은 노태우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으로서 재벌의 비업무용 토지 매각을 주도한 바도 있다. 역대 정부 어느 부동산 정책 못지않은 선명한 흔적과 성과를 남긴 조처였다. ‘김종인을 주목하라’는 페이스북의 그 글 또한 이런 배경을 깔고 있었다. “재벌을 상대로, 재벌에 불리한 경제정책을 입안해 시행하고 재벌과 맞짱을 떠본, 진보·보수를 통틀어 몇 안 되는 희귀한 인물”이라는 지적이었다. 김 위원장이 올 3월에 펴낸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는 재벌 정책을 펼 때의 어려움, 재계의 집요한 로비 행태가 적혀 있을 뿐 아니라 현 재벌 체제의 문제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내용이 여럿 들어 있다. 예컨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결정적 요인은 ‘삼성 재벌과의 결탁’이라고 짚은 대목이다. “삼성이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 후계자를 물려주는 과정에서 정부와 모종의 결탁이 필요하게 되자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는 최측근을 찾아내 로비를 시도한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삼성 게이트’라 불러야 본질을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달 들어 재벌 개혁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공정경제 3법’(금융그룹 감독법 제정안,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불공정한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기업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을 개선하려는 시도다. 이 중 소수 주주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은 2016년 김종인 당시 민주당 의원이 냈던 개정안과 거의 같은 내용이다. 김 위원장의 이슈 제기가 정부·여당의 개혁안과 만나 구체적인 결실로 이어지는 ‘생산적 정치’를 기대하게 만드는 실마리의 하나다. 이런 교집합 영역은 다른 분야에서도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 경세가라는 평가가 지금도 유효하다면, 김 위원장으로선 기본소득이든 재벌 문제든 세간에 화제를 일으키는 이슈를 제기하고 뉴스를 만들어내는 수준에서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김영배 ㅣ 논설위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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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6, 2020 at 02:38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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