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의 미디어전망대]
우리 사회에서도 언론사 내부의 다양성과 공정성·포용성 수준을 평가하는 작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 본격적인 계기는 지난 4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정책 리포트 발표를 통해 관련 주제를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 또 언론재단이 10월 27일부터 4일 동안 개최한 2021년 저널리즘 주간 행사에서 뉴스룸 내부의 민주화를 논의하는 자리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졌다 . 영어 단어 첫 글자를 따 ‘디이아이’ (DEI)로 알려진 다양성 (Diversity), 공정성 (Equity), 포용성 (Inclusion) 문제는 <뉴욕 타임스>와 <비비시> (BBC) 등 국외 유력 언론사가 저널리즘 실천 방안으로 채택하면서 알려진 언론계의 최신 화두 중 하나다 . 미투 운동과 흑인생명보호 운동 등 급변하는 사회에서 언론계가 추구해야 할 지향점을 보여주는 디이아이는, 다양성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언론사는 저널리즘 가치 구현이라는 본질적 측면에서는 물론 ,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디어의 다양성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오랜 연구 의제 중 하나였다 . 다만 언론사 내부의 문제를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가 재현하는 대상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 , 왜곡과 차별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였다 . 다양성 문제를 진단하는 한국 언론의 칼날은 내부가 아니라 외부를 향해 있었던 것이다 . 그런 점에서 내부자의 시선으로 뉴스룸의 조직 문화에 쓴소리를 자처했던 이날 논의는 여러모로 반가웠다 . 이들이 전해준 경험담은 뉴스 생산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직성과 관행의 답습 , 무엇보다 뉴스룸 조직의 균질성으로 인해 한국 언론이 얼마나 남성 위주의 엘리트주의적 고정관념 아래 뉴스를 생산하는지 보여주는 한편의 브이로그 같았다 . 하지만 반가움에 비례해 아쉬움도 컸다 . 다양성 논의의 관점이 주로 서구 문화가 중요시하는 인종 , 성 , 하위문화 등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 이날 논의에 등장한 소재는 젠더 문제를 비롯해 , 이른바 명문 대학 출신자들로 구성되는 뉴스룸 인적 구성의 문제 , 문신과 같은 튀는 취향의 언론인이 활동하기 어려운 ‘범생이’ 문화 문제 , 그리고 세대 문제였다 . 이들 사안은 뉴스룸 인적 구성의 획일성을 지적하는 데 매우 적절하고 핵심적인 문제였지만 동시에 서구 논의의 전형성을 반복하는 주제이기도 했다 . 가령 이날 논의에서는 한국 사회의 특수한 사회적 모순과 차별을 드러내는 지역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 . 지역 문제는 언론사 내부의 다양성 논의에서 결코 제외돼서는 안 되는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 디이아이가 서로 다른 인구학적 특성과 사회적 정체성을 가진 다양한 뉴스룸 인적 구성을 통해 우리 사회를 좀 더 정확하게 진단하고 공감을 일으키는 뉴스를 생산하기 위해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 향후 중앙언론사 인적 구성의 다양성 논의에서 지역을 주제어로 삼은 논의가 좀 더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 또 그것이 ‘지역 출신의 명문대학 졸업자 ’ 비율이라는 거칠고 단순한 지표로 환원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
더불어 지역 언론사 내부의 다양성 문제도 공론화되기를 희망한다 . 연구차 전국의 지역방송 종사자를 인터뷰하면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한국의 지역사회가 예상보다 강도 높게 이념적 획일성에 갇혀 있다는 점이었다 . 이는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운신의 폭이 좁다는 토로로 이어졌다 .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언론사 내부의 다양성 논의가 역차별이라는 혐오 문턱에 좌초하지 않고 공정과 포용을 여는 방향타가 되기를 희망한다 . 한선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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