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51년 만에 군급식체계를 개편한다는 소식에 군납 농축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의 표정이 어둡다. 군 ‘부실급식’ 문제 해결을 위해 국방부가 농·축·수협 90여곳과 1년 단위 수의계약으로 조달하는 현행 식재료 공급체계를 다수 공급자가 참여하는 경쟁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군 식재료 조달체계가 국방부의 계획에 따라 바뀌면 그간 품질 좋은 농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온 농·축·수협은 앞으로 일반 유통업체와 입찰경쟁을 해야 한다. 이 경우 군납농가들은 ‘군급식 품목 계획생산 및 조달에 관한 협정’의 사문화로 인해 영농활동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계획적인 농사가 어려워지고 작목 선택과 판로 확보 고민까지 떠안아야 한다.
특히 접경지역 농가들은 안정적인 판로를 잃게 돼 생계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지금은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에 의거해 우선적으로 군부대에 농축산물을 납품하고 있지만 입찰경쟁제도가 도입되면 상대적으로 생산조건이 불리한 상태에서 치열한 저가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군납 농협들은 “군 부실급식의 주요인은 취사병 운용과 제반 관리시스템의 미비인데, 국방부가 현행 조달체계를 문제 삼아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책임 있는 정책 추진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업·시민 단체의 비판도 거세다. 이들은 “국방부가 내놓은 입찰경쟁제도가 안전성 검증이 어려운 수입 식재료 공급을 부추길 수 있다”며 로컬푸드 공공조달체계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군인권센터도 “국방부가 논란을 피해 가기 위한 땜질식 처방만을 내놓는다”며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건강급식 공급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군 장병들의 부실한 먹거리문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방부는 군 부실급식의 책임을 식재료 조달체계 탓으로 돌려선 안된다. 군 내부 관리가 허술해 발생한 문제라면 재발 방지를 위한 관리·감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급식예산이 적어서 생긴 일이면 합당한 근거를 들어 부족한 예산 확보에 힘쓸 일이다.
나라를 지키는 장병들에게 제대로 된 끼니를 챙겨주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라면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우리 농민들을 지켜주는 것 또한 국가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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