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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섭, 여기에 문제가 있네”…노동절에 울려 퍼진 '전태일 일기' - 한겨레

전태일 일기 낭독회 ‘한방울의 이슬이 되기 위하여’ 열려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왼쪽)씨가 29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 동상 앞에서 일기장 원본 7권의 관리를 민주노총 등 7개 단체로 꾸려진 전태일 일기장 관리위원회에 위임하며 이를 공개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왼쪽)씨가 29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 동상 앞에서 일기장 원본 7권의 관리를 민주노총 등 7개 단체로 꾸려진 전태일 일기장 관리위원회에 위임하며 이를 공개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내가 일하던 공장은 종업원이 30여명쯤 되는 어린아이들 잠바를 만드는 곳 이었지. 지금은 가을 잠바를 만들지만 조금 있으면 동복용으로 잠바 속에다 털을 엮고 스폰지를 넣을 걸세. 저 종업원 대부분이 여자로서 평균연령이 십 구세에서 이십 삼세 정도야. 미싱사를 하는 사람이고 십사세부터 십팔세 사이가 시다를 하는 사람일세. 보통 아침 출근은 7시 반 정도에 하네. 퇴근은 오후 10시부터 11시 반 사이 일세. 어떤가 너무 지루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여기에 문제가 있네. 시간을 따져보세. 하루에 몇 시간인가. 1일 14시간일세. 어떻게 어린 시다공 들이 이런 장시간을 견뎌 내겠는가 들.”(원섭에게 보내는 편지)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지 50년 만에 그의 친필 일기 원본 7권이 노동절을 맞아 지난달 29일 공개됐다. 일기에는 1960~1970년대 노동 현실에 대한 그의 고민,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소설 습작 등이 담겨있다. 일기는 ‘전태일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기록인 동시에, 당시 시대상을 생생하게 담고 있어 학문적·역사적 가치가 높은 자료로 평가받는다. 131회 노동절을 맞은 1일, 전태일재단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전태일 일기장 관리위원회(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동대문 평화시장 옥상낙원 디아르피(DRP)에서 전태일 일기장 낭독회 ‘한방울의 이슬이 되기 위하여’를 열었다. 이날 낭독회에는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 구로동맹파업에 참여했던 김준희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 지회장, ‘대학입시 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의 윤서 활동가, 서채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 은유 작가 등이 참여했다. 위원회는 “전태일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분들이 모여 평범한 청년 전태일, 우리가 함께 기억하고 따라가야 할 전태일의 이야기를 낭독한다”고 밝혔다. 전태삼씨는 낭독에 앞서 “우리는, 노동자는 나라요 길이요 생명입니다. 낮은 곳을 채우고 저 하늘 높은 곳을 쓰다듬은 새벽이슬이었습니다”라고 ‘노동절에 보내는 글’을 먼저 읽었다. 이어서 그는 자본과 노동의 이상적 공존을 고민하며 ‘태일피복’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던 시기 열사의 일기를 한글자 한글자 정성스레 낭독했다. “본사(태일피복)의 이윤은 기업주와 종업원이 공평하게 분배합니다. 여러분의 자녀분들인 종업원을 건강보호부터 교육에까지 철저하게 관리합니다. 본사의 모토는 정직입니다.” 1969년 9월 중순부터 공사장에서 일을 시작한 열사는 9월30일 친구 원섭에게 쓴 편지에서 비인간적인 ‘노동 현장’에 대해 이야기했다. 은유 작가가 이를 낭독했다. “오늘 처음 왔건만 누구 하나 간섭이나 주의를 주는 사람도 없었지. 무엇을 물어보는 사람도 없었고.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는 사람도 없었고 그저 묵묵하게 오늘 하루를 어떻게 견딜 것인가 생각을 하는 것 같아.” 어린 여공들의 노동 환경을 안타까워하는 마음도 담겼다. “이제 겨울 열네살이 된 어린아이가 아침부터 퇴근 시간 까지 그 힘에 겨운 작업량을 빨리 제시간에 하지 못해서 상관인 재봉사들에게 꾸중을 듣고, 점심시간이면 싸가지고 온 도시락을 먹는데 코끼리가 비스케트를 먹는 정도의 양밖에 안 될 거야.”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노동자 남기웅씨는 경제발전을 위해 노동자가 이렇게 착취당해도 되는지를 대통령(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묻는 전 열사의 편지를 읽었다. “저희들의 요구는 1일 14시간의 노동시간을 단축하십시오. 1일 10시간-12시간으로, 1개월 휴일 2일을 일요일마다 휴일로 쉬기를 희망합니다. 건강진단을 정확하게 하여 주십시오. 시다공의 수당 현 70원 내지 100원을 50% 이상 인상하십시오. 절대로 무리한 요구가 아님을 맹세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요구입니다. 기업주 측에서도 충분히 지킬 수 있는 사항입니다.” 열사는 일기에 “절망은 없다”라는 글귀를 여러 차례 적었고, “내일을 위해 산다”라고도 적었다. “한가지 뜻을 세우고 앞으로 가라 잘못도 있으리라 실패도 있으리라. 그래서나 다시 일어나 앞으로 가라.”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가 29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 동상 앞에서 일기장 원본 7권의 관리를 노동단체에 위임하며 이를 공개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가 29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 동상 앞에서 일기장 원본 7권의 관리를 노동단체에 위임하며 이를 공개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전태일 열사 동생 전태삼씨가 형의 일기를 낭독하고 있다. 김윤주 기자
전태일 열사 동생 전태삼씨가 형의 일기를 낭독하고 있다. 김윤주 기자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바로가기: [포토] 친필 원본 최초 공개된 전태일 열사 일기장 https://ift.tt/3eRhE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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