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2077은 최고의 액션 RPG 중 하나로 등극한 ‘더 위쳐(The Witcher)’ 시리즈를 만든 폴란드의 개발사 CD 프로젝트 레드(CD PROJEKT RED, 이하 CDPR)가 선보인 오픈월드게임이다. 위쳐 시리즈가 워낙 큰 성공을 거둔 탓에, 같은 개발사가 만드는 사이버펑크 2077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떤 게임들보다도 높았다.
지난 10일 모습을 드러낸 게임의 하드웨어 요구 성능은 예상 이상이었다. 2020년 12월 현재 가장 최상급 사양의 PC에서 4K UHD 해상도(3840x2160)는 커녕, 한 단계 아래인 WQHD(2560x1440) 해상도에서 최고 화질로 플레이가 버거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레이 트레이싱’ 같은 사실감을 높이는 광원효과 기능을 사용하면 화면이 뚝뚝 끊기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그렇다 보니, 한 세대 전 게임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4 및 엑스박스 원에서 콘솔용 사이버펑크 2077을 구동하면 화질이나 퍼포먼스가 아예 정상적인 게임 플레이가 어려울 지경이다. 또한, 게임 진행을 방해하는 심각한 버그들이 계속 드러나면서 게임에 대한 평점은 계속 떨어지고, 환불 및 반품 사례도 줄을 잇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CDPR이 무리하게 출시 일정을 맞추면서 게임 최적화 및 버그 수정을 충분히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본다.
‘화제의 게임’ 즐기기 위한 PC 업그레이드 수요 늘어나
그나마 PC에서는 사양을 높이고, 그래픽 옵션을 조절하면 즐길만한 화질과 퍼포먼스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그레이드를 해서라도 게임을 즐기려는 이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발매 전부터 워낙 유명세를 치렀던 게임인 데다, 유튜브 등을 통해 공유되는 각종 플레이 영상을 비롯해 ‘그래도 재미는 있다’, ‘게임 그래픽은 꼭 한 번 봐야 한다’ 등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일단 해봐야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각종 커뮤니티의 게임 실행 경험담과 성능 테스트 결과 등을 종합하면, 풀HD(1920x20180) 해상도 기준으로 평균 60프레임 정도의 성능을 내기 위해선 적어도 최신 6코어급 CPU와 지포스 RTX 3070급 그래픽카드를 갖춘 게이밍 PC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실시간 레이트레이싱 등 그래픽 부하가 큰 기능은 끈 상태 기준이다. PC 본체 가격만 150만원 정도는 투자해야 하는 중상급 사양이다.
WQHD나 4K UHD 등의 고해상도에서 실행하거나, 최고급 화질에 필수인 레이트레이싱 옵션을 사용하려면 한 장에 100만원 안팎인 지포스 RTX 3080이나 200만원 안팎의 RTX 3090같은 하이엔드급 그래픽카드가 필수로 떠올랐다. 이 정도쯤 되어야 화질을 최대한 유지하며 그래픽 부하를 줄이는 DLSS(딥 러닝 슈퍼 샘플링) 기능을 통해 최상급 화질을 감상하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CPU도 8코어급 이상 제품을 권장하는 모양새다.
특히 배틀그라운드는 그 이후 게이밍 PC를 장만할 때 하나의 ‘기준’이 됐다. 실제로 조립 PC 업계는 ‘배틀그라운드용 PC’라는 주제로 해당 게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적정 사양의 조립 PC 완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이번 사이버펑크 2077도 마찬가지다. 이미 발 빠른 몇몇 조립PC 업체들은 ‘사이버펑크 2077’을 위한 최고 사양 PC를 선보이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조립PC 업체 관계자는 "게임 출시 이후 며칠밖에 안됐는데 벌써 ‘사이버펑크용 PC’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라고 귀띔했다.
사이버펑크 2077이 이제 막 출시된 게임이고, 패치 및 업데이트를 통해 버그를 수정하고 하드웨어 최적화를 진행하면 실질적인 요구사양은 지금보다 낮아질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당분간 이 게임보다 고사양을 요구하거나, 이만큼 이슈를 일으킬 만한 다음 후보작은 아직 없다. 향후 수년간은 사이버펑크 2077이 ‘차세대 게이밍 PC’의 성능을 가늠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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