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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은 여성의 노동환경과 직결된 문제...'예쁘다'는 말도 성희롱 될 수 있어”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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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터 성희롱
무타 가즈에 지음·조고은 옮김/나름북스·1만5000원
무타 가즈에 오사카대학교대학원 인간과학연구과 교수. 그는 일본에서 ‘성희롱’ 개념을 처음 정립한 계기가 된 1989년 ‘후쿠오카 성희롱 사건’ 당시 피해자를 지원하는 조직의 대표를 맡아 관련 재판에 참여했다. 최근 성희롱의 기준과 개념, 대처법 등을 정리한 저서 <여기부터 성희롱>이 한국에 번역 출간됐다. 무타 가즈에 제공
무타 가즈에 오사카대학교대학원 인간과학연구과 교수. 그는 일본에서 ‘성희롱’ 개념을 처음 정립한 계기가 된 1989년 ‘후쿠오카 성희롱 사건’ 당시 피해자를 지원하는 조직의 대표를 맡아 관련 재판에 참여했다. 최근 성희롱의 기준과 개념, 대처법 등을 정리한 저서 <여기부터 성희롱>이 한국에 번역 출간됐다. 무타 가즈에 제공
1989년 ‘후쿠오카 성희롱 사건’ 피해자 지원 조직 대표 무타 가즈에 교수 “침묵이 곧 동의 아니며 ‘부득이한 동의’는 강요와 같다는 것 인지해야”
2018년 4월, 일본의 재무성 사무차관이던 후쿠다 준이치가 한 여성 기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공개된 녹음 파일엔 “오늘 안아도 될까?” “가슴 만져도 돼?”란 내용이 담겨 있었다. 비슷한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는 다른 여성 기자들의 증언도 뒤따라 나왔지만, 후쿠다 전 차관은 “맥락 전체를 보면 성희롱이 아니다”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의 상사였던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성 장관은 한 술 더 떠 “만진 것도 아니잖아” 등의 말을 하며 부하를 철저히 옹호했다.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고도 이를 자각하지 못하고 오히려 주변인들이 나서서 가해자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것, 2020년 한국사회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에선 1992년 ‘서울대 신교수 사건’보다 3년 앞선 1989년, ‘후쿠오카 출판사 내 성희롱 사건’을 계기로 ‘성희롱’이란 개념이 널리 퍼졌다. 하지만 30년이 지나도 ‘성희롱은 일부 예민한 사람이 문제 삼는 것’이란 인식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 1989년 ‘후쿠오카 성희롱 사건’ 당시 피해자 지원 조직의 대표로서 사건에 참여했던 무타 가즈에 오사카대학교대학원 교수(인간과학연구과)는 이런 인식에 명확하게 선을 긋는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출간된 저서 <여기부터 성희롱: 선을 모르는 남자, 더는 참지 않는 여자>에서 “성희롱의 배경에는 반드시 지위나 권력 등 힘의 상하관계가 존재”하고, “누가 봐도 확실한 강요나 노골적인 외설 행위의 형태로만 가해지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더 미묘한 관계 속에서 애매모호하게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여성의 침묵이 곧 동의가 아니며 ‘부득이한 동의’는 강요와 같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13일 <한겨레>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성희롱은 여성의 노동환경과 직결된 문제”이며 “여성을 노동자로 존중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저서와 답변 내용을 토대로 인터뷰를 재구성했다. ―저서에서 “고위직의 상식이 세상의 비상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의 성범죄가 잇따라 폭로됐습니다. 왜 고위직의 성범죄는 계속 되풀이되는 걸까요? “권력자일수록 자신의 힘을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자신의 언행이 주위 사람들에게 압력이 된다는 것도 상상하지 않고요. 설령 눈에 띄는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다고 해도 주변인들은 그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죠. 정기적으로 성희롱 방지 연수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는데도, 고위직은 제대로 참여하지 않아요.” ―책에서 다양한 성희롱 사례를 들며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호의를 담은 표현’과 ‘성희롱’의 경계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사례가 여전히 빈번합니다. “여성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을 성적으로 봐주길 바란다는 생각은 편견보다 무지에 가깝습니다. 여성을 나이나 외모로 평가하는 일은 매너의 문제라기보다 인권 문제고요. 여성 직원에게 ‘예쁘다’ ‘사무실이 화사해지네’라며 ‘칭찬’을 하는 행위도 성희롱이 될 수 있습니다. 그를 사회인이나 노동자가 아니라 ‘여성’으로 바라보고 평가하는 행위기 때문이죠. 상사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아서, 거절할 경우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이 두려워서 성희롱 발언이 불쾌해도 딱 잘라 거절하기 어렵다는 점도 인지해야 합니다. 특히 지위와 권력을 지닌 중노년 남성들은 자신이 행사하는 힘에 매료돼 여성들이 따르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내 능력과 카리스마에 홀려 여자들이 스스로 다가왔다’고 철석같이 믿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요, 여성에게 자신의 뜻을 강요하는 지배욕 또한 성희롱에 포함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1989년 ‘후쿠오카 성희롱 사건’ 이후 일본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다고 생각하시나요? “후쿠오카 사건은 성희롱에 대해 처음으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적어도 ‘성희롱은 안 된다’라고 하는 상식은 일단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성희롱의 근본에 성차별이 있다는 인식은 충분히 스며들지 않았다고 봅니다. 성희롱의 뿌리는 사실 직장 및 사회에서 여성의 낮은 지위, 여성이 노동자로서 존중받고 있지 못하는 것과 관계돼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죠. 성희롱을 고발한 여성은, 설령 그 고발이 정당하다고 인정받아도 해당 직장을 떠나거나 이후 더 어려운 환경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희롱 자체에 엄격하게 대처하는 것만큼이나 여성의 노동환경을 제대로 보장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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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14, 2020 at 02:59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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