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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있슈]약물·성폭력·불법촬영이 ‘부적절한 관계’라니요?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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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9 13:26 입력 2020.07.19 17: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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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있슈]는 대중문화 콘텐츠 속 문제적 장면을 다루는 코너입니다. TV 앞 당신, 혹시 이 장면을 보며 마음 한 편이 불편하진 않으셨나요?

JTBC <우아한 친구들> 3화 ‘부적절한 관계’ 편에서는 여자 주인공 남정해가 불법촬영 피해를 당한 뒤 협박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JTBC 제공

JTBC <우아한 친구들> 3화 ‘부적절한 관계’ 편에서는 여자 주인공 남정해가 불법촬영 피해를 당한 뒤 협박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JTBC 제공

“그러지말고 그냥 경찰에 신고하자. 저 자식 미쳐도 보통 미친 놈이 아니야.” “잊었어? 일 크게 만들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거?”

지난 18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우아한 친구들> 4화에서는 불법촬영 피해를 당한 뒤 협박을 받는 남정해(송윤아)와 그의 남편 안궁철(유준상)의 갈등이 그려졌습니다. 약물을 몰래 먹인 뒤 성폭행 하고, 불법촬영을 한 것도 모자라 5억을 요구하는 가해자 주강산(이태환)을 신고하자는 궁철의 말에 정해는 ‘펄쩍’ 뛰며 말합니다. “내가 조용히 해결할테니까 당신은 그냥 잊어줘. 부탁할게.”

정신과 의사인 남정해와 치킨 프랜차이즈 본부장 안궁철 부부의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은 갑자기 찾아온 ‘사건’으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부부는 서로를 의심하게 되고, 결국엔 두 사람 모두 ‘살인용의자’로 지목받게 되는 상황에까지 이릅니다. 드라마는 20년 전, 이들의 대학시절 벌어졌던 대학교수 살인사건을 교차해 보여주며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우아한 친구들>은 ‘갑작스러운 친구의 죽음으로 평화로운 일상에 균열이 생긴 20년 지기 친구들과 그 부부들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드라마’이다. JTBC 제공

<우아한 친구들>은 ‘갑작스러운 친구의 죽음으로 평화로운 일상에 균열이 생긴 20년 지기 친구들과 그 부부들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드라마’이다. JTBC 제공

지난 17일 방송한 3화 오프닝에서 주강산과 남정해가 함께 찍힌 사진(오른쪽) 위로 ‘부적절한 관계’란 부제가 쓰여있다. JTBC 제공

지난 17일 방송한 3화 오프닝에서 주강산과 남정해가 함께 찍힌 사진(오른쪽) 위로 ‘부적절한 관계’란 부제가 쓰여있다. JTBC 제공

문제는 주인공 부부에게 시련을 주기 위해 선택된 장치가 모두 심각한 여성 대상 범죄라는 점입니다. 골프강사로 남정해에게 접근한 주강산은 바에서 만난 정해에게 술을 권합니다. 그가 건넨 술을 마신 남정해는 곧바로 정신을 잃습니다. 옷이 벗겨진 채 주강산의 집 침대에서 깨어난 남정해는 도망치듯 강산의 집을 빠져나옵니다. 이후에도 주강산은 남정해에게 “만나자”는 문자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심지어 정해가 근무하는 병원에 찾아와 “사랑한다” “사귀자”와 같은 말을 합니다. 주강산은 급기야 남정해의 남편 안궁철에게 불법촬영한 사진을 보내기까지 합니다.

제작진은 이러한 범죄를 치정극을 연출하기 위한 소재 정도로만 생각하는 듯 합니다. 남정해가 성범죄 피해를 입은 후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3화의 부제가 ‘부적절한 관계’인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런 인식 속에 남정해가 성범죄 피해자라는 사실은 흐려집니다. 안궁철은 남정해에게 “막말로 무슨 짓을 했는지 어떻게 아냐”며 2차 가해에 가까운 말을 하고, 협박으로 정해를 불러낸 주강산은 목을 조르며 강제로 입을 맞춥니다. “사람 왜 그렇게 자극시켜? 지금 자극시켜서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거지?”와 같은 주강산의 대사는 피해자에게 원인을 돌리는 수많은 2차 가해를 떠올리게 합니다.

<우아한 친구들>은 여러 측면에서 JTBC의 상반기 히트작 <부부의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여자 주인공이 모두 의사라는 점, 그리고 남부러울 것 없던 여성이 극한의 상황에 몰려 고통스러워한다는 점이 유독 닮았다. JTBC 제공

<우아한 친구들>은 여러 측면에서 JTBC의 상반기 히트작 <부부의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여자 주인공이 모두 의사라는 점, 그리고 남부러울 것 없던 여성이 극한의 상황에 몰려 고통스러워한다는 점이 유독 닮았다. JTBC 제공

한 시청자는 “시청 연령을 19세 이상으로 하면 폭력성과 선정성이 합리화되는 것이냐”라면서 “이렇게 여성, 성착취적인 작품을 보고 제 2의 n번방, 몰카 범죄, 약물로 인한 성폭력 등 모방 범죄가 일어날까 두렵다”고 비판했다. JTBC 제공

한 시청자는 “시청 연령을 19세 이상으로 하면 폭력성과 선정성이 합리화되는 것이냐”라면서 “이렇게 여성, 성착취적인 작품을 보고 제 2의 n번방, 몰카 범죄, 약물로 인한 성폭력 등 모방 범죄가 일어날까 두렵다”고 비판했다. JTBC 제공

<우아한 친구들>은 JTBC의 상반기 히트작 <부부의 세계>를 연상시킵니다. 특히 여자 주인공이 모두 의사라는 점, 그리고 남부러울 것 없던 이들이 극한의 상황에 몰려 고통스러워한다는 점이 유독 닮았습니다. 한 시청자는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부부의 세계>처럼 자극적인 것을 보여줌으로써 시청률과 반응을 얻고 싶어도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달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시청자는 “시청 연령을 19세 이상으로 하면 폭력성과 선정성이 합리화되는 것이냐”라면서 “이렇게 여성, 성착취적인 작품을 보고 제 2의 n번방, 몰카 범죄, 약물로 인한 성폭력 등 모방 범죄가 일어날까 두렵다”고 비판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이 드라마는 흔한 중년의 애환을 다룬 이야기로, 혹은 눈물겨운 부정에 대한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드라마는 반생을 앞둔 중년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이다.’

<우아한 친구들> 기획취지를 담은 소개글의 일부입니다. 실제로 드라마는 대학 연극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 5명의 관계성을 보여주며 20년 지기 우정과 사랑, 중년 남성들이 겪게 되는 현실적 고충을 그립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중년의 애환’ ‘눈물겨운 부정(父情)’을 이야기하는 데 약물범죄, 성폭력, 불법촬영과 같은 소재가 꼭 필요했을까 묻고 있습니다. “여성의 불행을 전시하고, 이를 관음하는 서사는 이제 그만 보고 싶다.” ‘n번방 시대’에 터져나오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미디어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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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19, 2020 at 11:26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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