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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다자회의서 한반도 해법 시각차…인권·남중국 문제로도 또 충돌 - 경향신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6일 화상으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외교장관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제공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6일 화상으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외교장관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제공

미국과 중국이 다자회의 석상에서 한반도 문제 해법에 대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한 반면 중국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대북 제재 완화를 먼저 요구했다. 양국은 중국의 인권 상황과 남중국해 문제 등을 놓고도 다시 한번 충돌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6일 화상으로 열린 제28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은 현재의 형세 하에서 건설성이 결여된 것”이라며 “미국이 진정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려 한다면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떤 행동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8일 밝혔다. 중국이 공개석상에서 최근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한 북한을 거들고 나선 것이다. 이날 회의에는 미국과 중국, 한국과 북한 외교 당국자가 모두 참여했다.

왕 부장은 한 발 나아가 대북 제재 완화를 북·미 대화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언급했다. 그는 “북한이 수년간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중단한 점을 고려해 정당하고 합리적인 관심사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현재의 (한반도) 교착 상태를 타개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가역 조항을 조속히 활성화하고 대북제재를 완화해 대화와 협상 재개를 위한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 가역 조항은 대북 제제를 완화하거나 해제한 뒤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 조치가 있을 때 다시 제재를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대북 제제 완화 요구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배치된다. 미국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한국과 협의해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훈련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한·미 군사당국은 실제 오는 10일부터 3일간 사전연습 성격의 참모훈련을 거쳐 16∼26일 본연습을 진행하는 일정으로 훈련 준비를 마친 상태다. 미국은 대북 제재 완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긋고 있다. 미국은 오히려 중국에 대북 제재 이행을 강화하라고 요구해왔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지난 5일(현지시간) 칼럼에서 “미국이 최근 남북 관계 해빙으로 고무돼 있지만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은 없다”는 미 고위 당국자의 말을 전했다. 전방위적 갈등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분야로 한반도 문제가 거론돼 왔지만 해법에 대한 이견을 노출하면서 향후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한 것이다.

제28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외교장관 회의가 지난 6일 화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제공

제28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외교장관 회의가 지난 6일 화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제공

이번 ARF 외교장관 회의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참석했지만 중국의 요구나 한반도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다른 나라들과 함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촉구했다고만 전했다. 미국은 그동안 대북 문제에 대해 조건 없는 대화 재개로 비핵화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핵무기 증강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중국 핵무기의 급속한 발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이는 중국이 최소억제에 기초한 수십년간의 핵 전략에서 어떻게 급격히 이탈했는지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조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다방면에 걸친 중국의 위협에 대해 경고해 왔지만 공개석상에서 핵 문제까지 꺼내 든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국제사회 압박을 통해 미국과 러시아의 핵 군축 협상에 중국을 참여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미 언론은 최근 중국이 간쑤성과 신장위구르 자치구 일대에 수백개의 핵미사일 격납고를 건설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 등을 놓고도 또 한 번 격돌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중국이 국제 해양법상 의무를 준수하고 남중국해에서 도발적 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 티베트, 홍콩, 신장에서 계속되는 인권 학대에 대해서도 거듭 우려를 제기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에 대해 “남중국해 상황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고 법에 따라 항행의 자유가 보호되고 있다”며 “역외 국가의 개입이 남중국해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가장 큰 위협”이라고 반박했다.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내정 불간섭은 유엔 헌장의 중요 원칙이자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이라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빙자해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거나 지정학적 이익을 추구하려해서는 안 된다”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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