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은 SW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벌써 수십 년 묵은 이야기지만 해결이 요원하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고자 노력하고는 있지만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라 쉽사리 해결이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SW 사업이 단순한 용역 수준이 아니라 지식 기반의 고부가가치 산업임에도 결과물을 단순 제품 취급한다는 데 있다. 한정된 예산 속에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정부 공공기관들은 “SW산업 발전의 마중물이 되어달라”는 업계의 요청에도 결과적으로 오늘날 SW산업의 잘못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해왔다. 차츰 개선되고는 있다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결국 SW 생태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뿌리박힌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올바른 시장 질서 확립, 대중소기업 상생 도모, 기술에 대한 공정한 평가 등 문화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결국 생태계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생각부터 변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SW강국으로 자리할 수 있다.
1부 - “제값 받기 강화로 SW산업 발전 초석 쌓는다”
2부 – SW가치 저평가 여전…저가낙찰 방지, 기술평가 강화 필요
[SW산업, 무엇이 문제인가①] 턱없이 부족한 사업예산, 중소SW기업에 부담 전가
[SW산업, 무엇이 문제인가②] 변별력 없는 기술평가, 차등점수제 도입 기대
3부 – “유지보수요율 현실화해야 SW기업 숨통 트인다”
[SW산업, 무엇이 문제인가③] 외산과 비교되는 국산 SW 유지보수요율
[SW산업, 무엇이 문제인가④] SW 인식·문화 개선하고 통합 컨트롤 타워도 필요
4부 – 상용SW 분리발주 강화 (가제)
5부 – 원격지 개발 및 SW 산출물 반출 허용 (가제)
SW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SW는 구축 혹은 설치만 하면 끝이 아니다.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야 하고 외부 환경, 즉 OS나 관련 SW의 변화에 따라 함께 개선돼야 한다. 그러므로 SW의 지속적인 유지보수는 필수다. 따라서 고객은 SW구매 계약 외에도 구매처와 별도로 연간 유지보수 계약을 맺고 있으며, SW 구매 금액을 기준으로 유지보수요율을 적용하고 있다.
SW기업 입장에서는 SW 판매만으론 사업을 유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판매 후에도 계속해서 업데이트가 필요하므로 연구개발비가 꾸준히 들어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잘 나가는 해외 SW기업들의 경우 높은 유지보수비를 고객사들로부터 받으며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지만, 국내 SW기업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궁극적으로는 SW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또는 문화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애초에 SW 개발이라는 것을 “요청만 하면 안 되는 게 없다”고 생각하고, “큰 노력 없이 약간의 추가 시간만 들이면 결국에는 어떻게든 개발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유지보수 역시 “하는 것 없이 비용만 들어가는 것”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결국에는 실제로 SW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사고가 발생해야만 그제야 중요성을 실감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개념을 좀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다. 하자보수와 유지관리는 구분돼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SW사업을 수행하는 국내 SW기업들은 SW공급 후 1년간의 하자보수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다. 처음 SW를 설치한 후 ‘하자’로 인정되는 부분은 무료로 고쳐줘야 한다는 게 현재 공공부문 고객들의 요구이자 업계 일반적인 분위기다. 그리고 이후의 마이너한 업데이트와 기술지원 등은 유지관리 영역에 들어간다.
그런데 일부 고객사들의 경우 하자보수와 유지관리를 구분하지 않고 SW 판매 후 1년간의 하자보수 기간 동안 추가 개발과 다름없는 과업을 맡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실제로 SW사업 대가산정 가이드에서도 개념을 명확히 하기 위해 하자보수 개념을 떼어내고, ‘유지보수’는 ‘유지관리’라는 단어로 바꾼 바 있다. SW기업들이 과업에 대해 적정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외산과 비교되는 국산 SW 유지보수요율
SW업계가 특히 그동안 불만을 많이 토로해온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유지보수요율에 관한 것이다. 업계는 특히 외산SW와 국산SW 간의 유지보수요율 차이가 심하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해왔다. 즉, 오라클이나 SAP 같은 해외 SW기업들이 22%~25%에 달하는 유지보수요율을 자체적으로 책정해 요구해도 받아들여지는 반면, 국내 SW기업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많아야 15%, 적게는 10% 이하를 요구함에도 “일단 좀 깎아달라”고 하는 것이 업계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중견 SW기업 A사의 영업부장은 이와 관련해 “외산에 대한 예산은 100% 다 잡아주지만, 국산은 쉽게 이야기해서 “사장 오라고 하지 뭐”, “담당자 들어오라고 해”라는 마음가짐이다”라고 적나라한 업계 현실을 전했다.
물론 외산 SW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책정한 높은 유지보수요율이 관철되는 이유는 소위 ‘미션 크리티컬’한 중요 업무에 도입된 경우가 많고 대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국내 SW기업의 제품들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덜한 경우가 많고 제품 간 수주 경쟁이 심한 상황이라 갑의 “깎아달라”는 요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시스템통합(SI) 방식의 사업에서는 더욱 손해를 본다고 SW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하도급 구조 속에서 SW기업들의 유지보수비가 후순위로 밀려나게 돼 10%는 커녕 4~5%까지 깎여나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하도급 구조 속에서 피해보는 SW업체들
공공부문 통합유지보수 사업은 더한 실정이다. 전 시스템에 대한 유지보수를 하나로 통합해 발주를 내는 방식이라 SI업체가 경쟁 입찰을 거쳐 사업을 수주하면 사업비는 깎이기 마련인데, 외산SW 기업의 몫과 SI업체 스스로의 관리비를 제하고 나면, 중소 SW기업들은 자연히 후순위가 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SW업체 측은 “중요도가 높은 외산SW가 요구하는 22%의 유지보수비를 떼주고 SI기업도 마진을 챙기고 나면, 당연히 국산SW 업체들의 유지보수비용은 삭감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가이드라인에서는 최대 19%를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반의 반 수준에밖에 미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SW기업들은 SI업체들이 중간에서 농간을 부리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SW기업 B사의 임원은 “공공기관의 SI 사업을 수행하고 몇 년 뒤 통합유지보수 사업에 참여해 유지보수계약을 체결하려 할 때, 깎아달라는 요구를 받고 SI 사업 당시의 도입가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고객이 이야기한 도입가가 우리가 납품한 가격보다 더 높았다. 이 경우 SI가 도입가-납품가 간 차액은 물론 유지보수비 차이만큼을 이익으로 가져간다는 게 합리적인 의심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지보수요율이 낮은 것은 둘째치고 심지어 유지보수 계약을 안 하는 경우도 많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이야기한다. 유지보수 요율이 너무 낮아 손해를 볼 정도의 단가일 경우 계약을 아예 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때는 장애가 실제로 발생하게 되면 그제야 단건으로 서비스를 수행하게 된다. 이에 SW기업 C사의 임원은 “10% 미만의 요율이라도 유지보수계약만 100% 체결되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내 금융권 일부와 특히 일본에서 사업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SW기업은 이러한 사례에 비춰 유지보수계약 체결을 SW공급과 함께 동시에 따로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사 관계자는 “사실 요율 자체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가이드라인은 평균 15%를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8%만 돼도 감지덕지다”라며, “일본에서는 SW를 판매하면 유지보수계약을 동시에 함께 한다. 일본계 자본이 들어간 국내 모 은행의 경우도 구매사이트에 계약이 2개 뜬다. 하나는 제품, 하나는 유지보수계약이다. 명확하게 계약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국내 공공시장에서는 유지보수 계약 체결 자체가 안 되고 있다.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라고 토로했다.
결국 기업들은 낮은 유지보수요율 때문에 이익은 커녕 손해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뿐만 아니라,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회사 이미지를 깎으면서까지 유지보수계약 체결을 하지 않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어느 정도 업력이 있는 SW기업들의 경우 손해가 뻔한 경우에도 울며 겨자먹기로 유지보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제품을 팔기만 하고 서비스를 해주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고객에게 심어지면 회사에 타격이 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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