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는 문제 안돼"…이화여대 이주현 씨, 장애인 웨어러블 로봇대회 수상 - 대학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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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배슬론 2020 수상과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입학 동시 영광
성적도 우수…“여성과 장애인 인권증진에 기여하고파” 포부 밝혀

이주현 씨가 대전 카이스트에 열린 사이배슬론 2020에 출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질주하고 있다. 사진=이화여대

[대학저널 장원주 기자] 이화여대(총장 김혜숙) 재학생이 하반신 마비를 딛고 국제 장애인 웨어러블 로봇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해 화제다.

이화여대는 정치외교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이주현 씨(20)가 최근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사이배슬론(cybathlon) 2020’ 한국지역 경기의 ‘착용형 외골격 로봇(EXO) 종목’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고 24일 밝혔다.

장애인 선수가 로봇과 같은 생체공학 보조장치를 착용하고 기록을 겨루는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5분51초 기록한 이씨는 “약 1년 반 동안 여러 사람의 노력 끝에 좋은 성과를 이루게 돼 매우 기쁘고 제 인생에 있어서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씨는 고교 3학년이던 지난해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고3 수험 기간에 발생한 사고 충격으로 실의에 젖어 있거나 낙담하고 있을 수 있었지만 이씨는 달랐다. 대학병원 재활의학과에 입원해 치료받던 중 담당 교수인 신지철 교수와 나동욱 교수의 소개로 국제 사이배슬론 대회를 알게 됐고 선수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씨는 “이미 벌어진 안 좋은 일에 대해 좌절하고 있는 것은 제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나갈 것인지를 우선적으로 생각했다”며 “사이배슬론 대회에 출전함으로써 제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찾고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작년 6월부터 카이스트 연구팀에 합류해 2020 사이배슬론 출전을 목표로 훈련을 해왔다. 훈련과 함께 수학능력시험(수능) 준비를 병행해 올해 초 대표선수 선발과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합격의 영광을 동시에 안았다. 하지만 대학교 새내기이자 장애인 선수로서 학업과 선수 생활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씨는 “훈련에 돌입하면 약 12시간을 훈련장에서 보내야 해서 수업을 듣는 것이 힘겨울 때가 있었고 특히 중간고사 기간에 시험과 과제를 3일 정도 만에 끝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씨는 고도의 노력과 도전정신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국제대회 수상의 영예는 물론 학점 4.3 만점에 4.08의 우수한 성적으로 1학기를 마칠 수 있었다.

20학번 새내기인 이씨는 이화여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사이배슬론 대회 출전시 착용한 로봇 이름을 이화여대의 상징색인 ‘이화그린’에서 따와서 ‘그린이’로 정했을 정도다.

올해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의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된 가운데 이씨에게 '이화'라는 이름은 남다르다. 이씨는 “온라인으로 모든 수업을 듣고 학교 행사에도 참석하지 못하다 보니 아쉬운 마음이 컸고 집에서만 공부를 하려고 하니 심적으로 지치기도 했다”며 “내년에는 코로나 사태가 조금이나마 완화돼 과 동기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화여대의 장애학생지원제도 또한 이씨에게는 또 다른 매력이다. 이씨는 “1학기 전면 온라인 강의가 확정되기 이전에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강의실간 이동시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주려고 했다"며 "기숙사, 이화여대 캠퍼스 복합단지(ECC) 등에도 장애인 학생을 위한 기숙사실과 많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어 장애인이 자유롭게 교내를 다닐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학교의 장애학생 편의시설과 배려에 고마움을 표했다.

이씨는 아직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보지는 못했지만 “여성과 장애인 인권 증진에 기여하는 위치에 오르고 싶다”며 “아직도 수많은 여성과 장애인들이 표면적으로, 암묵적으로 사회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특히 여성 관련 성범죄의 낮은 형량과 장애인의 이동권, 배변권과 관련한 문제를 꼭 풀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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